게임제작 이야기

게임개발자의 인디게임과 게이머의 인디게임

원생계 2021. 3. 2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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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bravo, 출처 Unsplash

 

오랜만의 게임 고찰입니다.

언젠가 한 번 생각을 정리해봐야지 계획만 하다가 더 미루면 영영 안 쓸 것 같아 기록해봅니다.

인디게임의 정의는 항상 뜨거운 주제입니다.

어떤 조건이어야 인디다, 어떤 경우엔 인디가 아니다 등등...

인디냐 아니냐는 규칙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분들이라면 "인디게임"이란 말을 종종 들어봤을 겁니다. 대표적인 인디게임 이름을 대보라고 한다면 한두 개쯤은 척척 댈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을 다양하게 아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인디게임이 뭔데? 라는 정의를 내려보라고 한다면 선뜻 명확하게 구분 짓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디게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통 요소도 있지만 칼로 자르듯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원인이 "인디"라는 속성의 범주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디게임을 정의할 수 있는 큰 범주를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게임개발자 입장에서의 인디입니다. 인디라는 말은 Independent '독립된'의 약어입니다. 즉, 무언가로부터 독립됐다는 의미죠. 게임개발자 입장에서 독립은 개발을 위한 자본, 예를 들면 게임회사와 투자금으로부터의 독립이란 의미가 큽니다. 물론 자본뿐 아니라 트렌드나 인기 장르, 특정 스타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게임개발자도 분명 많이 계시지만,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개발자의 기초 생활비를 포함한 개발비가 필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선행되어야 그다음 트렌드나 장르, 게임성 등을 메인 스트림에서 독립시키기 수월해집니다. 그렇게 완성한 게임을 어떻게 얼마나 판매하는지에 대한 영역은 세일즈 스킬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에선 생략합니다.

두 번째는, 게이머 입장에서의 인디입니다. 게이머는 어떤 게임이 '독립된'게임이라고 생각할까요? 게이머가 접하는 게임은 콘텐츠, 즉 즐길 거리이기 때문에 유행하는 트렌드나 뻔하고 비슷한 콘텐츠들의 홍수로부터 빠져나와 독립된 듯한 색다른 경험을 '독립된'게임이라고 인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은 유명 인디게임들이 그러했고, 그런 게임들을 많은 매체들이 인디게임이라고 소개했으니 자연스러운 호칭이었을 겁니다. 좀 더 상세하게 분석해본다면, 얼마나 인디스럽냐는 정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룰이나 플레이 방식만 색다를 수도 있고, 아트 스타일만 색다르게 표현한 게임일 수도 있고, 게임 시스템은 장르 특성을 많이 타지만 스토리가 인디스럽게 색다를 수도 있고, 음악이나 효과음을 독특하게 표현한 게임일 수도 있습니다.

시대 흐름상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고 엔진이 보급되고, 개발자들의 평균적인 실력이 상승하면서 많은 게임들이 제작되고 시장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규모 개발팀이나 작은 게임 회사들의 스타트업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로 커다란 도전이고 아직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개발자고, 독립된 개발팀이고, 독립된 게임회사라고 불리기엔 어휘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독립된 개발자들이 만드는 게임이니 자연스럽게 독립된 게임, 즉 인디게임이라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의 인디게임은 이러한 개발자들의 내부 사정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게이머들은 개발 과정이 어떠한가보다는 완성되어 게이머들에게 제공된 게임의 콘텐츠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당연한 소비자의 최우선 관심사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얼마나 독립적이었느냐에 관계없이, 플레이 한 게임이 메인 스트림에서 독립적인 경험을 주지 못했다면? 게이머가 그 게임을 인디게임이라 인식할지는 온전히 게이머의 생각이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인디게임"이라는 말은, 무엇으로부터 독립했느냐, 또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인디게임 개발자"와 "인디 게임개발자" 두 어휘는 단지 사이 띄기 위치가 다를 뿐이지만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전자는 "메인 스트림에서 독립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라는 의미이고,

후자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게임 개발자라는 의미입니다.

저의 SNS 프로필입니다. 게임의 콘텐츠가 얼마나 독립적이냐는 온전히 게이머의 판단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회사원임과 동시에 여가시간에 게임을 제작하는 "인디 게임개발자"라고 소개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디게임"이란 말은, 때로는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 독립된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주는 게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자본에서 독립되어 개발자가 자유롭게 만드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밖에 게임과 관련해서 독립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얼마든지 인디게임이란 용어가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게임이 인디게임이냐는 정의는 개인적으로 게이머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고 대중적인 용어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만드는 게임이 "인디게임이다!"라고 소개하기가 좀 부끄럽습니다. 저 자체는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게임을 꾸준히 개발하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그 결과물인 게임이 진정 독립적인 경험을 제공할지는 온전히 게이머의 판단이고 평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확신하는 것은, 독립적인 환경에서 개발하는 인디 게임개발자가 많아질수록, 게이머들이 독립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인디게임도 많아질 거라는 점입니다. 독립적인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개발자가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본인만의 색깔을 게임에 녹여내기 좀 더 수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종 결정권자가 개발자 본인이기 때문이겠죠. 저도 인디스러운 환경에서 재밌는 인디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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