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제작 이야기

주전자닷컴 사태와 게임 사전심의 비판

원생계 2019. 3. 3. 19:13

주전자닷컴.

한국의 유명 플래시 창작 포탈입니다.

주로 어린 학생분들이 활동하는 창작터로, 저도 옛날에 플래시로 게임을 개발할 때 종종 들르고, 게임도 배포 했던 곳인데요.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http://www.zuzunza.com/


이 창작의 텃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 더이상 플래시”게임” 창작 포탈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작게임”컨텐츠 서비스를 중단하고,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주인 “자작작품” 메뉴로 통합된다고 합니다. 아래는 주전자닷컴 운영자의 글.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다름아닌, 게임물 사전심의 제도로 인해, 수많은 비영리 창작게임들을 대놓고(?) 공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사실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봅니다. 게임 사전심의 제도가 만들어진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저도 여러번 SNS등을 통해 이 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사전심의제 뿐 아니라 셧다운제도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법이고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게임 사전심의 제도에 따르면, 게임을 공개하기 전에 심의료를 주고 게임위에 등급심사를 받지 않은 게임은 배포할 수가 없습니다. 불법게임물이라는 거죠. 헌법으로 보장받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만들어둔 이 규제들 때문에 한국 게임의 생태계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이번엔 주전자닷컴이 그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게임메카에도 관련 기사를 다뤘습니다.

저는 이번 행정부 정권이 바뀌면서 이 게임 규제 법안들이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정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9.5년간의 정부는 규제 완화나 개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입법부인 국회가 일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국회의 정당들도 서로의 당리당략에 빠져 국회가 계속해서 파행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법 개정과 제도 개혁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에서 더 좋은 게임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소에 자주 이야기 하던 생각들을 다시 정리해봅니다.


1. 게임 사전심의는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는 위헌.

게임이 사전심의 대상이라면, 블로그 포스트도, 소설도, 웹툰도, 유튜브 영상도 모두 사전심의 대상이 되어야 함. 현재의 비상식적인 게임 사전심의 내용은 대폭 완화되고 개정되어야 함.


2. 게임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이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최근 이은석님이 대한민국게임대상 관련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규제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듀랑고의 리드를 맡았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나름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의 메시지여서 그런지, 기사화도 되고, 국무총리의 반응 또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유명 게임기업 대표들을 비롯한 유명 개발자 분들께서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금은 수많은 게임 인터넷 방송인들 역시 명백한 게임계 인사라는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게임 제작자들 뿐 아니라 게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도 한국의 이런 처참한 게임 규제와 핍박들에 대해 목소리를 같이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 개정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면, 비영리 게임들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풀어줘야 한다.

학생 때 게임을 만들면, 인터넷으로 배포해서 게이머들의 반응을 듣겠다는 생각을 원동력 삼아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PC 게임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하면 불법입니다. 배포하려면 비싼 심의료와 심의 기간을 거쳐 배포해야하고, 패치를 하면 다시 신고를 해야합니다. 게임을 웹툰으로 바꿔서 읽어본다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규제인 것입니다.


4. 모장이 한국 회사였다면 마인크래프트는 탄생하지 못했다.

너무도 유명한 샌드박스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초창기 베타버전이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마인크래프트가 한국 게임이었다면? 불법게임물 취급을 받고 베타 단계도 공개되지 못했을 겁니다. 또,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셧다운제 대상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회원가입을 통해 나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야할 것이고, 그렇다면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필요로 했겠죠.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했다면 당연히 부분유료 아이템 등 여러가지 유료화가 들어갔을겁니다.

단언컨대, 한국에서는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은 현재 게임 생태계에선 나올 수 없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자주 비판하는 내용이라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한국 게임계를 망치는 엉터리 규제들이 하루빨리 개정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쿨타임 차면 다시 좀 더 다뤄보겠습니다.

2월25일에 올라온 주전자닷컴 공지글로 포스트를 마무리합니다.

(링크 : http://www.zuzunza.com/multy_board/jobboard_view.php?code=bbsg&page=1&number=327&keyfield=&key=&tm1=1&categ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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