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 외/이런저런 이야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오랜만에 영화관 관람 (스포X)

원소랑 2023. 1. 10. 00:23

금요일 저녁에 보고 왔습니다. 10시 반 정도에 시작하는 시간으로 예매해서 퇴근하고 저녁먹고 차 끌고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비도 좀 부슬부슬 내리고 분위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THE FIRST SLAM DUNK 엔딩곡 뮤비 먼저 두고, 시작합니다.

10-FEET – 第ゼロ感

https://www.youtube.com/watch?v=EsJGbHJyXYc&ab_channel=10-FEET

감상 전

사실 극장에서 볼 계획은 없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슬램덩크는 너무 옛날에 본 작품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극장판 욕심까진 없었거든요.

그런데... 애인님이 보러가야 한다며, 더빙판으로 봐야한다며, 금요일 저녁 시간으로 예매를 하셨고... 운전기사겸 해서 보러 가게 됐습니다.

스토리도 완결성이 높은 만화였고, 이미 원작에서 다뤘던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원작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이드 스토리나 과거 회상, 퀄리티 정도를 다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기로 했습니다.

송파 메가박스를 다녀왔습니다. 호텔파크하비오 지하 주차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입/출차도 편하고 무엇보다 공간이 넉넉합니다. 영화 관람객은 4시간 무료주차라 편하게 잘 이용했습니다.

자막판? 더빙판?

저는 고민이 필요 없다 생각하고 "더빙판"을 예매해서 봤습니다. 애초에 슬램덩크 일본어판 애니메이션은 일부러 찾아 볼 생각도 안 했었어요. 어릴 때 원작을 봤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북산의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서태웅, 강백호 라는 이름들은 이제 바꿀 수 없는 상징이라 여겼기 때문.

일본어에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 대사들로 캐릭터들의 일본어 이름이나 대명사들을 듣는 것 조차 몰입을 깰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애니메이션인 만큼, 자막을 읽느라 눈으로 장면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서사적 정보는 귀로 듣고, 눈으로는 온전히 시각적인 작품 감상을 원했기 때문에 자막판은 다른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국어 더빙 성우들 중, 강백호 역을 강수진님이 연기하셨는데, 강수진님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성우 강수진"으로 인지될 만큼 저에겐 너무 유명한 분이 되기도 했고, 익숙해지셔서 이부분이 조금 우려되긴 했는데, 연기력으로 커버를 잘 해주셨다는 감상.

 

감상 중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중앙 자리쪽은 꽉 찰 정도로 관객이 많았습니다. 나이대는 역시나 30~40대 정도 돼보이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도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감상하기엔 난이도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도.

과거 일본 TV 애니메이션판과는 다르게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하고 각본까지 한 작품으로, 말 그대로 원작자가 하고싶은 거 다 한 극장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고편에서 나왔다시피,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의 배경은, 원작에서의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다루고 있고, 주전 5멤버 중 송태섭(일본 원작에선 미야기 료타(宮城リョータ)) 을 메인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노우에 감독이 이런 결정을 한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체격이나 슈팅 등 눈에 띄는 뾰족한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고 또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원작에서는 비중있게 다루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거라, 작가 입장에선 조금 미안한? 부채감을 갖고 있을 캐릭터를 꼽아보라 한다면 아무래도 송태섭이 아닐까 했어요.

그래서 산왕전을 주 무대로 다루면서 중간중간 송태섭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다른 주연급 캐릭터들의 포커스도 조금씩 잡아주면서 균형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원작의 메인 주인공인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 의 씬도, 극장판 주인공인 송태섭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잘 배정된 것 같았습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3D 그래픽을 주로 활용했다는 점이 우려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워낙 3D 그래픽의 발전을 가까이에서 보고있기 때문이었는지 우려할 점은 없을거라 별 신경이 안 쓰였습니다. 오히려 요즘 3D 그래픽 기술력이라면 더 높은 품질의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표현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역시나 예상대로 훌륭한 영상미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과거 TV 애니메이션에서 채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 극장판에서는 하고싶은 연출을 온전히 다 표현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생각합니다. 작화 품질이 조금씩 흔들렸을 법 한 부분들도 거의 대부분의 시퀀스에서 훌륭한 작화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원작 만화들이 뛰어난 작화로도 유명했던 만큼 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는 생각.

OST 도 너무 맘에 들었는데, 영상 중간에 작가의 드로잉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시퀀스가 있습니다. 이 때 OST 가 깔리면서 캐릭터를 하나씩 등장시키는데, 뛰어난 작화와 매력 넘쳤던 당시의 캐릭터들을 하나씩 보면서 "아, 이 매력 때문에 슬램덩크를 재밌게 봤었지" 하는 과거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고, 그런 느낌을 살려주는데 적절한 음악들이었습니다.

 

감상 후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TV 판 애니메이션은 끝까지 다 못봤던 것 같고, 코믹스만 당시에 대여를 하거나 친구를 통해 봤었던 기억인데 가물가물했던 스토리나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꽉 채워준 느낌.

원작의 스토리나 주요 씬들을 봤고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은 갑자기 급전개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씬들이 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스포츠만화 특성상, 몇십분간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캐릭터들의 세밀한 묘사들이 핵심이기 때문에 원작 만화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시간의 흐름과 관계 없이 충분히 눈으로 읽고 보면서 감상할 수 있었을 터라 극장판 감상이 더 즐거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 전권을 사고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고 있을 정도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기념적인 슬램덩크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서 여러 의미가 있었는데, 만약 다음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또 나온다고 한다면 이노우에 감독에게도 좀 도전적인 시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극장판에서 새롭게 느껴질 만한 도전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차기작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임팩트는 조 약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마무리

2023년 첫 극장 방문으로 본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아주 만족스럽고 재밌게 잘 감상했습니다. 원작 만화도 다시 읽고싶어 질 만큼.

그리고, 아직 안 보신 분, 슬램덩크 원작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께는 더빙판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아마 여러번 N회차 감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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